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수혈해 경영을 정상화한 다음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된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기로 한 M&A 계약은 공식 파기됐다.
정부는 11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을 ‘자율협약’ 형태로 채권단 관리체제에 넣기로 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HDC현산이 작년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는 10개월 만에 불발에 그쳤다.
산업은행은 이날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80%(1조9200억원)는 운영자금 대출, 20%(4800억원)는 영구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공급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상당 기간 추가 지원이 필요 없을 규모”라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면 정부와 협의해 추가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월 조성한 기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첫 수혜 사례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437억원, 올 상반기 26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이 2291.3%(6월 말 기준)에 이른다. 기안기금을 받은 회사는 6개월간 고용 90% 유지, 배당 금지, 임원 연봉 인상 금지 등을 약속하고 지켜야 한다.
채권단인 산업·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지원 과정에서 확보해 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7%에 달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채권단은 노선 조정, 비용 절감,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정상화한 뒤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2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가 2014년 12월 5년 만에 졸업했다.
산은은 M&A 무산으로 자금난이 심해진 금호그룹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고속의 고속버스 운영사업부를 분할해 담보로 잡고, 이달 말까지 부족한 자금 12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산은은 곧바로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심의위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M&A가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하락 등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지원 배경을 밝혔다.
기안기금 2조4000억원 중 3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당장의 자금 부족을 메우는 데 쓰인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신용등급이 하락해 빚 갚으라는 요구가 쏟아질 때를 대비한 예비자금이다. 산은은 “M&A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돼 여기에 대비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유지된다면 대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추가 자구계획은 노선 조정, 내부 원가 절감, 조직 개편 등이 될 것”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은 급한 것은 아니고 향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안기금을 수혈받은 기업은 ‘6개월간 90% 고용 유지’ 조건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초부터 순환휴직, 임원 급여 반납 등을 통해 10월 말까지 약 18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식에 대한 차등 감자 등은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 감자를 하려면 주주총회 결의 등 행정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항이 많다. 최 부행장은 “기존 주주의 감자 여부는 연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HDC현산과의 관계가 거의 틀어진 이후 여러 경로로 ‘인수 후보군’ 기업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직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연내에 당장 재매각을 추진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재매각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이뤄질 전망이다. 산은은 “에어서울, 에어부산, 리조트 등의 분리 매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임현우/이상은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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